이 글은 한국 언론의 미등록 이주민 관련 보도가 어떻게 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외국인보호소 제도의 법적 배경과 출입국관리법 개정 과정을 정확하게 정리합니다. 외국인보호소는 범죄자를 수용하는 교정시설이 아니며, 관련 법 개정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국인보호소란 무엇인가요?

외국인보호소는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출국시킬 때까지 임시로 머물게 하는 출입국 집행 기관입니다. 범죄에 대한 처벌을 내리는 교정시설(구치소·교도소)과는 완전히 다른 기관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2023년 3월, 헌법재판소는 외국인보호소 관련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호 기간의 상한이 없어 피보호자의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구금 개시나 연장 단계에서 독립적인 심사 기관이 없어 적법절차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5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을 주문하면서, 그때까지는 해당 조항을 잠정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법 개정이 늦어진 이유

출입국관리법 개정이 늦어진 데에는 법무부의 소극적 태도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 헌법재판소 결정(2023년 3월) 이후 거의 2년이 지나도록 법무부는 공청회나 토론회 등 어떠한 공개 논의도 열지 않았습니다.
  • 2024년 10월 7일 법안을 발의하기까지 관계 부처 의견조회조차 이루어지지 않았고, 법원이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함께 논의해야 할 기관들도 준비할 시간을 얻지 못했습니다.
  • 국회에서는 박주민 의원을 포함한 여야 다양한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법무부는 반대 의견만 냈을 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 시민사회가 여러 차례 논의를 요청했지만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법무부 개정안의 문제점

법무부가 뒤늦게 내놓은 개정안은 여러 면에서 국제 기준에서 크게 벗어납니다.

  • 구금 기간: 법무부 안은 외국인을 재판 없이 최대 36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에도 재구금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주 구금 기간 상한을 법으로 정한 나라 중 가장 긴 경우가 18개월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입니다.
  • 심사 기관: 기존 여야 법안은 모두 최소한 법원이 구금 연장을 검토하도록 하는 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객관적인 제3자의 통제’를 실현하려면 법원을 통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법무부 안은 법무부 내부에 외국인보호위원회를 만들어 자체 심사하면 ‘객관적 심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사전 논의 없이 시한 직전에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수준의 법안을 내놓았으니 국회에서 논의가 길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참고: 실제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2025년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다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인권 단체는 이 개정법이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 취지에 반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전과자 석방’ 논리의 오류

일부 보도는 외국인보호소 장기 구금자 중 일부가 형사 전과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법이 바뀌면 위험한 전과자들이 거리로 나온다는 식의 우려를 전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 관계를 혼동한 것입니다.

  • 외국인의 형사처벌 절차와 교정은 내국인과 똑같이 검찰·법원·교도소 시스템에서 이루어집니다.
  • 외국인보호소에 있는 전과자는 형사처벌이 이미 모두 끝난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출국 절차뿐입니다.
  • 출입국관리법은 범죄 예방 법률이 아닙니다. 형사처벌이 끝난 사람에게 추가로 자유를 제한하려면 별도의 새로운 법률이 필요하며, 그러한 법률도 위헌 소지가 큽니다.
  • 헌법재판소도 결정문에서 “한국에서 범죄를 범한 외국인이라고 하여 보호 해제 시 도주하거나 다시 범죄를 범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언론 보도 기준: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은 “이주노동자 등을 잠재적 범죄자 또는 전염병 원인 제공자 등으로 몰아갈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며, “체류 허가를 받지 않은 외국인에게 ‘범죄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는 용어 사용에 주의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준칙은 출신 국가, 민족, 인종, 피부색, 체류 자격, 국적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증진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특정 국가나 민족, 인종을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처럼 묘사하거나, 법무부의 주장을 검증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보도는 이 준칙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불법체류자’라는 용어에 대하여

유엔(UN)은 ‘불법체류자’, ‘불법이민자’와 같은 표현 대신 ‘미등록 이주민’(irregular migrant) 또는 ‘서류 미비 이주민’(undocumented migran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권고합니다. ‘불법’이라는 단어는 사람 자체를 범죄자처럼 낙인찍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체류 자격이 없는 것은 행정적 상태이지, 그 사람이 범죄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의 교훈

2018년 제주도에 약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이 도착했을 때, 일부 언론은 난민과 무슬림에 대한 혐오 여론을 여과 없이 보도하며 사회적 공포를 키웠습니다. 당시 혐오를 조장했던 세력이 경고했던 일들은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미등록 이주민을 범죄 위협과 연결 짓는 보도는 그 이후에도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과거의 오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결과입니다.


정리하며

외국인보호소 문제는 단순히 ‘범죄자를 풀어주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핵심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제도를 어떻게 인권에 맞게 개선하느냐입니다. 이 과정을 보도할 때는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고, 이주민을 잠재적 위협으로 묘사하는 언어와 프레임을 경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신 출입국관리법 관련 정보는 출입국·외국인 민원 전화 1345 또는 관할 출입국·외국인청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