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2021년 5월 20일(목) 오전 11시, 이스라엘 대사관 앞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규탄하며 전쟁범죄 중단을 촉구한 공동 성명서입니다.


이 성명서는 한국어·영어·아랍어·프랑스어로 발표되었습니다.


배경: 2021년 5월의 가자지구

이스라엘이 또다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학살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5월 10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5월 18일 현재 가자지구 주민 212명이 살해되었으며, 그 가운데 61명이 미성년자입니다. 부상자는 1,500여 명으로, 사상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정당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로켓을 발사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해 폭격을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하마스는 애초에 이스라엘에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와 알아크사 사원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국경경찰을 철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가자지구 국경에 군대를 배치했고, 최후통첩 시한이 지난 뒤 하마스가 로켓을 발사하자 이를 구실로 대규모 가자 학살을 시작했습니다.


셰이크 자라와 알아크사 사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에서 이스라엘은 불법 유대인 정착민을 이주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 퇴거시켜 왔습니다. 저항하는 주민들에게는 군대에 준하는 국경경찰을 보내 잔인하게 진압했습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때부터 이어진 팔레스타인 원주민 강제 추방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이 강제 퇴거와 시위 진압은 팔레스타인 시민사회 전체의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시위가 확산되자 이스라엘 국경경찰은 인근 알아크사 사원 안까지 침입해, 시위대와 예배 중인 신자들에게 최루탄·섬광탄·고무탄을 발사했습니다.

시위는 자연스럽게 1967년 군사점령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그리고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도시들로 번졌습니다.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발포로 사상자도 계속 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가 국경경찰 철수를 요구했던 것입니다.

하마스만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이 2007년 가자지구의 육·해·공을 봉쇄하고 주기적으로 대규모 학살을 자행해 오면서, 가자지구의 모든 저항 세력은 단결해 이스라엘에 군사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자국 군경의 폭력이 극에 달한 뒤 팔레스타인인들이 최후의 대응을 할 때만 ‘하마스’를 집어내어, 자신들의 공격이 무자비한 테러집단의 선제공격에 대한 ‘정당한 방어’라고 국제사회에 프레이밍하고 있습니다.


더 오랜 뿌리: 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전방위 공격에는 더 오랜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1948년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강제 추방하며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의 78%를 차지해 건국되었습니다. 그리고 1967년에는 나머지 22%의 땅, 즉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마저 군사점령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국민의 20%가 팔레스타인계 시민임에도, 이스라엘은 ‘유대민족국가’라는 헌법적 지위를 법으로 명문화했습니다. 팔레스타인계 시민을 공식적으로 차별하는 법률만 50여 개에 달합니다.

때문에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와 아파르트헤이트를 직접 겪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민사회는 오래전부터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로 규정해 왔습니다. 전직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 특별보고관 2명도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내부 및 국제 인권단체들도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로 규정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군사점령지 팔레스타인인,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계 시민, 그리고 1948년 추방된 뒤 지금도 귀환권을 부정당하는 팔레스타인 난민 전체의 현실을 포괄하는 가장 정확한 표현이 바로 아파르트헤이트입니다.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의 대응

팔레스타인 시민사회는 국제사회가 아파르트헤이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제재를 가했듯, 이스라엘을 제재하고 포괄적 무기 금수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방어권 행사”라며 지지했고, 유엔 안보리의 휴전 결의안 통과를 부결시켰으며, 사전에 예정된 무기 지원도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이스라엘과 FTA 서명식을 가졌습니다. 군사점령의 현실을 외면한 채 양측에 군사 충돌을 자제하라고만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5월 18일 현재 레바논 남부도 폭격하며 전쟁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올해 이스라엘의 범죄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조사가 개시되었음에도, 이스라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범죄 혐의를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요구

이스라엘은 당장 가자지구 폭격을 멈춰야 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전역을 지배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폭격을 재개할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을 요구합니다.

  •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학살을 즉각 중단하라
  •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점령지 전역에서 철수하라
  •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FTA를 파기하고, 이스라엘에 포괄적 무기 금수조치를 부과하라

2021년 5월 20일 이스라엘 가자지구 침공과 아파르트헤이트를 규탄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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