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적으로 한국에 살던 A씨가 새마을금고에서 계좌 개설을 거부당한 사건입니다. 2024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거부가 명백한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실질적으로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 사례를 정리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2020년 8월부터 결혼이민(F-6) 비자로 한국에 살아온 이란 국적 A씨는 2022년 본인 명의 계좌를 만들려고 새마을금고 지점을 찾았습니다. 그동안은 남편 명의 통장과 체크카드를 함께 써왔는데, 공공기관 서류를 받거나 각종 일상생활을 하려면 본인 명의 계좌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창구 직원은 계좌를 열어 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이란 국적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A씨의 남편은 이것이 국적에 따른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습니다.
왜 이란 국적이 문제가 됐나요?
FATF와 ‘고위험 국가’란?
FATF는 매 총회마다 국제 기준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나라를 ‘고위험 국가(블랙리스트)’ 또는 ‘강화된 관찰 대상(그레이리스트)’ 으로 발표합니다. 이란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고위험 국가로 지정되어 있으며, 2025년 현재도 북한과 함께 ‘대응 조치가 필요한 고위험 국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FATF가 이란을 고위험 국가로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 테러 자금 지원 문제: 이란 정부가 하마스, 헤즈볼라 등 무장 조직에 자금을 지원해 왔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습니다.
- 국제 기준 불이행: 이란은 FATF의 권고와 테러 자금 조달 방지 협약을 이행하지 않아 감시 명단에 올랐고, 그 결과 국제 금융 거래에서 큰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FATF → 금융정보분석원 → 은행으로 이어지는 구조
이 사건에서 새마을금고는 금융정보분석원의 업무 규정을 근거로 이란 국적자의 계좌 개설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금융정보분석원은 나중에 “거절을 원칙으로 한다고 지시한 적 없다”며 새마을금고가 규정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도 2024년 3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현행 규정은 FATF 지정 위험국가 국적자에 대한 신규 계좌 개설을 거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새마을금고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장 비교
업무 규정 해석
새마을금고의 주장
- 고객 확인 절차 중 ‘주의 인물’ 알림이 떴고, 이란 국적자 계좌 개설을 거절하라는 규정에 따라 처리했을 뿐입니다.
- 금융정보분석원 규정상 금융회사는 이란 고객과의 거래를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다고 이해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
- 금융정보분석원은 “거절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강화된 고객 확인’ 또는 ‘거래 거절’ 두 가지 선택지 중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FATF 총회 성명서의 원문에서 ‘금융 거래 제한’이 ‘거래 중단’으로 잘못 번역되어 혼란이 생긴 것입니다.
제재 가능성
새마을금고의 주장
- 위험 고객과 거래를 시작하면 정보 보고·보관·주의 의무 등 각종 의무가 생기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제재를 받을 수 있어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
- 의무와 제재 가능성 자체는 인정합니다.
- 그러나 금융정보분석원은 계좌를 거절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의무를 부여한 것뿐이며, 그 의무는 모든 금융기관이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업무 과중 우려
새마을금고의 주장
- 특정 지점에서 이란 국적자 계좌를 받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몰려 업무 부담이 커집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
- 국내 이란 국적자는 약 2,100명에 불과합니다.
- 이미 여러 지점이 이란 국적자에게 계좌를 개설해 주고 있으므로 특정 지점에만 쏠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최종 결론
1. 이 거부는 차별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새마을금고가 A씨의 이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좌 개설을 거절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최소한의 개인 확인 절차(신용도·안전성 확인 등)도 거치지 않고 국적만 보고 일률적으로 거절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2. 규정이 과도하고 불균형합니다
외교부·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이란 국적자의 주된 거래 목적은 공과금 납부, 장학금 수령 등 소액 생활 거래입니다. 이미 강화된 고객 확인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데, 같은 이유로 거래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과도하며 은행의 편의만 고려한 불균형한 규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
업무 규정을 바꾸세요
잘못 번역된 ‘거래 중단’이라는 표현을 바로잡고, 단순히 국적만을 기준으로 거절하는 대신 개별 고객 확인 절차를 거쳐 거래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을 수정해야 합니다.
여러 금융기관이 책임을 함께 나누세요
새 계좌를 열어주면 금융기관에 의무와 부담이 생기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부담을 특정 금융기관이나 한 지점만 떠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금융회사가 함께 분담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특정 곳에만 부담이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수치·기한 등 세부 내용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신청 전 1345(외국인종합안내센터) 또는 관할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최신 정보를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