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5일, 난민인권네트워크는 같은 날 법무부·외교부가 발표한 브리핑 내용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핵심 주장은 “정부가 난민을 난민이라 부르지 않고, 법적 의무를 시혜처럼 포장하며, 난민 혐오를 조장하는 언어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에서 각 쟁점을 하나씩 풀어 설명합니다.


법무부 브리핑에 대한 입장

1. 아프간인 체류 허용은 의무이지, 베풂이 아닙니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33조와 고문방지협약 제2조 제1항은 모두, 박해·고문·잔혹한 처우가 예상되는 곳으로 사람을 돌려보내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합니다. 이 원칙을 강제송환금지 원칙(Non-refoulement) 이라고 부릅니다.

2021년 8월 기준 아프가니스탄은 20년 만에 탈레반이 재집권하며 사실상 국가 체제가 바뀐 상황이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역시 같은 달, 전 세계에 아프간 국적자의 송환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따라서 국내 아프간인을 강제 송환하지 않고 머물게 하는 조치는 한국 정부가 조약에 따라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입니다. 이를 마치 정부가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사실에 맞지 않습니다.


2. ‘인도적 특별체류조치’는 난민법상 ‘인도적 체류허가’와 다릅니다

법무부가 당시 발표한 ‘인도적 특별체류조치’ 는 난민법 제2조 제3호 에서 정하는 ‘인도적 체류 허가’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언론에서도 두 개념을 혼동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름이 비슷하더라도 법적 효력과 보장 내용이 다르므로, 정확하게 구별해야 합니다.


3. 체류 조치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세 가지

난민인권네트워크는 국내 체류 아프간인을 위한 조치를 만들 때 다음 세 가지가 함께 담겨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고려 사항내용
영구적 체류 안정단기 체류 연장이 아닌, 장기적으로 안정된 지위 부여
강제송환금지 의무 준수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
한국 사회 정착 지원취업, 교육, 의료 등 사회적 권리 보장

당시 이미 시리아·예멘 출신 ‘인도적 체류 허가자’들조차 불안정한 체류 지위로 인해 한국 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아프간인들을 다시 불안정한 경계 상태에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단체의 입장입니다.


4. ‘인도적 특별체류조치’의 구체적 문제점

취업 허가 없는 체류 허가는 사실상 강제송환

경제적 지원이 거의 없는 한국 사회에서, 일할 수 없으면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취업 허가 없는 체류 허가는 실질적으로 스스로 출국하거나 불법 취업을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것과 같습니다.

체류기간 초과자 처우의 문제

체류기간을 초과한 아프간인에게 출국명령을 내린 뒤 출국 기한만 유예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세 가지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첫째, 불인정 난민도 위험은 동일합니다. 합법 체류자와 마찬가지로, 체류기간을 초과한 사람들도 탈레반으로부터 박해받을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유로 난민 심사에서 불인정 결정을 받은 뒤 본국에 돌아갈 수 없어 미등록 체류를 하게 된 ‘사실상의 난민’입니다. 이들에게도 합법 체류자와 동일하게 범칙금을 면제하고 기타(G-1-99)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합니다.

둘째, ‘보호조치’는 사실상 무기한 구금입니다. 법무부는 신원보증인이 없거나 형사 전과가 있는 사람에게는 ‘보호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보호조치’란 강제퇴거명령을 내린 뒤 외국인보호소에 무기한 구금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에 아는 사람이 있는 난민은 구금하지 않고, 없는 난민은 구금하게 됩니다. 이는 객관적 기준이 아닙니다. 또한 형사 전과가 있다고 해서 경중에 대한 판단 없이 무조건 보호조치를 하는 것은 국제 기준에 어긋납니다. 난민 및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극히 중대한 범죄’가 아니면 강제 송환할 수 없으며, 형사처벌을 이미 받았다면 이중 처벌 없이 정착을 지원해야 합니다.

셋째, 구금 후 실제 송환이 불가능합니다. UNHCR이 아프간인 송환 중단을 요청한 상황에서, 실제로 카불로 향하는 민항기도 없었습니다. 송환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보호조치’를 한다는 것은, 탈레반 치하로 돌아가는 것과 한국에서 무기한 구금되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5. 난민 혐오를 부추기는 언어 사용에 대하여

난민인권네트워크는 법무부가 브리핑에서 사용한 특정 표현들이 난민에 대한 오해와 혐오를 조장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문제가 된 표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 “엄정한 조치를 한다”
  • “국민의 안전을 고려한다”

이런 표현을 반복하면, 마치 아프간 난민이 ‘국익에 반하는 존재’ 또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습니다. 중대한 위험을 피해 온 사람들을 이처럼 형상화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난민 혐오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습니다. 법무부는 오해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사실을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관입니다.


외교부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 발표에 대한 입장

외교부는 당시 수송 중이던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조력자들을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라고 표현했습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이 표현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현지인 조력자는 난민협약상 ‘난민’입니다

한국 정부를 도왔다는 사실 자체가 탈레반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이유가 됩니다. 따라서 이들은 난민협약이 규정하는 요건을 갖춘 ‘난민’입니다. 미국·영국·캐나다·인도·일본 등 여러 나라도 같은 이유로 자국 조력자들을 본국으로 이송하여 난민으로 재정착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공헌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법적 의무’입니다

이들을 ‘특별공로자’로 부르면서 영주권 등을 부여하는 방식은, 국제인권법에 따라 당연히 주어야 할 난민 지위를 마치 ‘한국 정부에 잘 협조한 사람에게 주는 훈장’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난민 제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또한 ‘난민이 아니라 특별공로자’라는 표현은, 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난민들과의 불필요한 차별 인식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난민 지원은 ‘하기 싫은 숙제’여서는 안 됩니다. 난민은 부를 수 없는 이름이 아닙니다. , 난민인권네트워크, 2021. 8. 25.


주요 개념 정리

용어설명
강제송환금지 원칙 (Non-refoulement)위험이 있는 곳으로 사람을 강제로 돌려보내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법 원칙
난민인정자난민법에 따라 정식으로 난민으로 인정받은 외국인
인도적 체류허가자난민 요건은 충족하지 못하지만 고문 등의 위험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에게 부여되는 법적 지위 (난민법 제2조 제3호)
기타(G-1-99)인도적 사유 등으로 임시 체류를 허가할 때 부여되는 체류 자격 코드. 법적 보호가 약함
외국인보호소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출국 전까지 수용하는 시설. 구금 기간 상한이 없음
보호조치강제퇴거명령 후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하는 행정 절차

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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